- 저자
- 백세희
- 출판
- 흔
- 출판일
- 2018.06.20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백세희 에세이
에세이는 사실 작가가 누구인지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그 사람이 유명한지가 아니라 어떤 삶을 살아서 이런 글을 쓰는 것인가 그것이 궁금하다
★백세희★
1990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문예 창작학과를 졸업한 뒤 출판사에서 5년간 일했다.
10년 넘게 기분부전 장애(경도의 우울증)와 불안장애를 앓으며 정신과를 전전했고, 2017년 잘 맞는 병원을 찾아 약물치료와 상담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며,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떡볶이다.
나는 몇 년 전까지 지방에 살고 있었다
서울에 와서 다른 일을 한 지 3년 정도 되었다
서울 와서 느낀 점 중 하나는 떡볶이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는 건 당연하지만
생각보다 정신과 치료를 받는 사람들이 많다는 거였다.
지방과 서울 차이라고 하기는 우스운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지방에서는 사실 주변에 그런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아마도 다들 숨기면서
다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서울에서는 생각보다 이제 많이 오픈이 되어 있고
나쁜 게 아니란 걸 알아서 그런지 너무도 자연스럽게 자기가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고 약도 먹고 있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그런 모습들이 사실 너무 보기가 좋았다.
예전부터 분명 마음의 병이 있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을 건데 사람들 눈이 무서워 못 가는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몸은 다치면 그렇게 빨리 병원을 가면서 왜 정작
더욱 중요한 마음은 다쳐도 그냥 괜찮아 괜찮아 숨기는지 잘 모르겠다.
내가 겪어보지 못한 일이라 쉽게 말하고 있지만
그냥 그런 분들을 응원하고 싶은 것이다.
그냥 감기 같은 거니까 괜찮다고
미국을 가 본적은 없지만 외국은 예전부터 건강검진처럼 정신과 진료도 받는다고 한다
나는 그게 무조건 좋다고 생각을 한다.
진료+떡볶이 = 완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동안 이런 유의 에세이가 많이 출간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이런 책들이 정말 많이 팔렸다
그 이유는 그냥 이 글 하나로 정리가 되는 것 같다.
모두 이걸 바라고 있다
지극히 평범한 말이고 세상의 모든 노래 그리고 드라마
하물며 주위의 친구들까지도 모두 다들 그렇게 사랑을 하고 사랑타령을 하고
사랑에 울고 웃는데 정작 나는 이 사랑이 왜 그리 어렵고
많이 바라는 것도 아닌데 그냥 나 하나 사랑해 주면 되는데
그런 사람 한 명 찾는 것이 왜 이리 힘든 것인가?
"내가 바라는 거?
난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다.
의심 없이 편안하게, 그뿐이다."
우리는 사람에게 상처를 받는다 그리고 사람을 멀리해야지 다짐한다.
아니면 사람을 이제 믿지 않아야지 다짐한다.
하지만 정작 필요한 건 따뜻한 사람의 말 한마디이다.
이렇게 뻔한 일을 우리는 계속해서 반복하고 살아간다.
그럼 죽음보다 내려놓음을 선택해 보는 건 어떨까?
25살부터 사업을 해왔다.
그러면서 사기도 당하고 배신도 당하고 직원과의 말도 안 되는 일들도 있었고
그러면서 점점 사람을 믿고 싶지 않았다. 내가 마음을 주면 그만큼 상처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서 한동안 나는 사람을 믿지 않는다라고
거들먹거리며 다닌 적이 있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정말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을 필요로 했기에 그만큼 상처를 받은 거 같다.
적당했으면 아마도 상처도 덜 받았겠지.
때로는 공감도 좋고 위로도 좋고 사랑도 좋다
하지만 그건 내가 아니라 남이 해줄 수 있는 일들이다
그전에 내가 나 스스로 행복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나는 그걸 내려놓음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 인도인들 이야기 책을 본 적이 있다
거기서 가장 많이 쓰이는 단어가
'no problem '
문제없어였다.
생각보다 살아보니 그렇게 큰일은 없더라.
내 옆에 지금 누가 없어도 노 프라브럼이다.
지금 돈이 없어도 노 프라브럼이다.
지금 백수라도 노 프라브럼이다.
내가 존재하기에 모든 문제가 필요한 거니까.
글을 쓰다 보니 좀 길어진 것 같다.
좋은 문구들 몇 가지 소개해 드릴게요.
47p
'힘들 땐 무조건 내가 제일 힘든 거예요. 그건 이기적인 게 아니에요'
63p
'누군가의 말보다 자신이 좋고 기쁜 게 더 중요하죠. 사람들에게 보이는 모습보다는 내 욕구를 먼저 충족했으면 좋겠어요.'
95p
'합리화를 왜 부정적으로 보세요? 성숙한 방어기제 중 하나예요. 자신의 상처나 결정에 대해 이유를 찾는 거니까.'
103p
사실 아무도 저를 무시한 적 없고, 제가 가장 저를 무시하고 있었어요."
129p
왜 열등한 취급을 받으며 개인이 자신을 사회적 기준에 맞추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무시하는 사람들이 잘못된 건데. 대다수가 그렇고 나 자신도 그렇기에 모순적이고 답답하다. 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나, 나보다 우월한 사람을 만나면 기죽고 나보다 열등한 사람을 만나면 당당하고 편안해지는 내가 너무 싫다.
모두 파이팅입니다.
자주자주 좋은 글 올릴게요!!